첫 만남에서부터 베스트 프렌드가 되기까지
보통 '남주기 아깝다'는 말은 괜찮긴 하지만 내가 갖긴 싫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따라서 그다지 긍정적인 느낌은 아니다. 원제 보다 한글 제목을 더 자극적으로 지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 당시에는 뭐 뭐 한 그녀란 제목이 난무했던 시대라 이렇게 제목을 짓게 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이영화에서 톰은 1998년 대학교 재학 시절부터 상당한 바람둥이였다. 다수의 결혼식을 올린 아버지의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 무렵 또 한 명의 여자친구 모니카와 데이트 중이었다. 대학교 졸업을 앞둔 어느 파티날 톰은 술에 취해 모니카의 방을 찾았다가 우연히 모니카의 룸메이트 해나를 만났다. 해나는 미술 전공자로 톰과는 성격이 극과 극 같았다. 파티를 온전히 즐기고 있었던 톰과 다르게 해나는 시끌벅적한 방 한편에서 잠을 자고 있었는데 그것만 봐도 두 사람은 너무나 달라 보였다. 톰은 해나에게 약간의 실수를 범했다. 모니카의 침대에 올라간다는 것이 해나의 침대에 올라갔기 때문이었다. 새침하게 잠을 자던 해나는 신입생들과 자고 다니는 것으로 유명했던 톰을 향해 '난 당신 같은 남자와 절대 자지 않는다'는 말을 남겼다. 이 말이 역시 너무 매력적이었다. 이렇게 두 사람의 첫 만남이 시작되었다. 그 후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날 덕분에 두 사람은 베스트 프렌드로 성장을 했다. 성격이 이렇게도 다른데 다시 베스트 프렌드가 되었다니 참 신기한 일이었다. 첫 만남은 극과 극의 만남이었지만 베스트 프렌드가 된 두 사람은 상당히 잘 어울렸다. 각각 치즈케이크와 초콜릿 케이크를 좋아하지만 서로의 케이크에 스스럼없이 손을 대고 맛을 봐도 되는 그런 사이라고 해도 될 것이다. 서로의 식성을 잘 알아 주문도 척척 잘했다. 그리고 두 사람 모두 동물을 너무 좋아해서 길거리에서 귀여운 강아지를 만난다면 쭈그려 앉아 대화를 하곤 했다. 의외로 바람둥이 톰은 동물에게만 감정을 다정다감하게 표현할 줄 알았다. 아마도 상대가 동물이 아니고 사람이었다면 금상첨화였을 것이다.
그리고 잠깐의 이별과 어색한 재회
그러던 중 해나는 스코틀랜드로 6주 간의 출장을 떠나게 되었다. 해나의 커리어에는 도움이 크게 될 출장이었다. 톰은 열렬히 응원해 주긴 했지만 해나가 없는 6주를 어떻게 견딜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약간은 막막해졌다. 당장 대화 상대가 없어질 것을 생각하니 어쩌면 당연한 마음일 수도 있었다. 그리고 해나가 실제로 떠난 뒤 그 감정이 얼마나 진지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실제로 톰은 해나를 엄청나게 그리워하고 있었다. 빈자리를 채워줄 1회성 만남의 대상들은 해나 같은 묵직하고 그리운 존재감을 채워줄 수 없었다. 그렇게 심심한 6주 간의 시간을 보내며 톰은 하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해나에게 고백을 하고 진지하게 사귀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했다. 그리고 해나가 출장에서 돌아온 운명의 날, 톰은 로맨틱하게 꽃다발을 사들고 해나를 만나러 갔다. 하지만 재수 없게 해나는 스코틀랜드에서 운명처럼 만났다는 콜린과 함께 온 상태였고 두 사람 사이는 상당히 뜨거워 보였다. 두 사람에게 스코틀랜드에서의 우연한 만남은 운명 같은 사랑이었다. 심지어 그 짧은 6주 동안 콜린은 해나에게 청혼까지 했고 겨우 2주 후인 결혼 날짜까지 잡아왔다. 톰은 큰 결심을 하고 10년 만에 해나에게 고백을 하려 했는데 너무나 당황스러웠다. 거기다 해나는 톰에게 들러리 부탁까지 했다. 보통 신부의 들러리는 신부 친구들이 해주는데 톰에게 이런 부탁을 하다니 그 정도로 가까웠던 것일까! 그래서 영화 제목이 'made of honor'가 된 것이다. 여기서 'made'는 'maid'대신에 사용되어 약간의 위트를 넣었다.
내 마음을 몰라주는 친구
사랑하는 해나의 부탁이니 일단 수락 하긴 했지만 해나의 친구들, 사촌의 도움을 받으며 들러리를 서는 것은 의외로 너무 나 stressful 했다. 재빨리 콜린의 약점을 잡아내고 싶었지만 알면 알수록 콜린의 조건은 너무나 완벽했다. 콜린은 키도 크고, 잘 생긴 데다, 친절하고, 온동도 잘하고, 집안까지 좋았다. 거기다 두 사람은 서로 좋아 죽으니 톰이 끼어들 공간이 없었다. 그리고 브라이덜 샤워 파티날 톰은 마음을 바꿔 'best maid of honor'가 되기로 작전을 변경했다. 그것이 해나에게 해줄 수 있는 전부였다. 해나에 대해서 속속들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 작전은 잘 먹혀들어갔다. 결혼식을 위해 모두가 스코틀랜드에 갔을 때 톰은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다행인 것은 이때부터 해나는 콜린과의 교묘한 문화차이를 느끼기 시작했다. 신부가 가장 아름다워 보여야 할 결혼식 당일 이들의 문화를 따라 입어야 하는 특별한 웨딩드레스며, 콜린이 직접 사냥한 사슴으로 만든 요리 시식 등 모든 것이 포함되었다. 역시 결혼은 급하게 서두러는 것은 아니었던 것일까. <남주기 아까운 그녀 Made of Honor, 2008>는 약간은 진부한 느낌은 있었지만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한다는 연애의 콘셉트를 예쁘게 잘 그려낸 영화라고 느꼈다. 거기다 적당한 위트가 있어서 더 재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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